박재민 "억지로 웃기지 않으려 노력"
김은영 "제 엘미르는 달랐으면...사랑스럽고 싶어요"
연극 '위선자 따르뛰프', 9월 24일~10월 15일 이해랑예술극장

사진=연극 '위선자 따르뛰프' 연습장면/ 이현지 기자
사진=연극 '위선자 따르뛰프' 연습장면/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재능 넘치는 두 배우 박재민과 김은영이 연극 '위선자 따르뛰프'로 만났다. 오랜 시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인 만큼, 무대 위에서의 '찰떡' 호흡도 기대된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위선자 따르뛰프'는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이다. 독실한 종교인인 척하는 위선자 따르뛰프가 부르주아인 오르공의 신임을 얻고 그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생기는 소동을 다룬다. 

사진=배우 박재민 / 이현지 기자
사진=배우 박재민 / 이현지 기자

박재민의 따르뛰프, 김은영의 엘미르...전형성 탈피 시도

박재민은 겉으로는 독실한 신앙인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위선자 따르뛰프를 연기한다. 김은영은 엘미르 역을 맡았다. 남편 오르공이 따르뛰프에게 속자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상황을 유도하는 인물이다. 이미 수백 년간 재해석된 작품 속 인물. 두 사람이 선보일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까.

박재민(이하 박) : 인간이 얼마나 본능과 욕망 앞에서 나약한지. 그런 것들을 따르뛰프를 통해 느껴요. 또 저는 그를 평가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상황이면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위선이라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따르뛰프가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전 여자에 빠진 종교인들도 충분히 있을 거라고 봐요. 인간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따르뛰프를 공감해요.

김은영(이하 김) : 그동안 전형적인 엘미르를 많이 봤어요. 근데 제가 하는 엘미르는 달랐으면 했어요. 현명하고 이성적인 신여성처럼 나오는데, 그러면서 사랑스럽고 싶었죠. 장난꾸러기 같고 재기발랄하게. 호감형 인물로 만든 것 같아요. 

사진=연극 '위선자 따르뛰프' 연습 장면 / 이현지 기자
사진=연극 '위선자 따르뛰프' 연습 장면 / 이현지 기자

실제로 연습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말이 이해가 갔다. 박재민은 사소한 제스처, 표정 하나하나 신경을 기울이며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김은영 역시 때론 새초롬하게, 때론 당당하게 연기하며 입체적인 엘미르를 구축했다.

 : (김은영이) 정말 귀엽게 잘 했어요. 서양에선 귀엽다는 개념이 없잖아요. 한국적인 엘미르이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아마 우리 극에서 제일 귀여울 것 같아요.

 : (박)재민 오빠의 따르뛰프는 능청스러움이 있다. 페이스에 제가 말려들기도 해요.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키를 잡고 쥐고 흔들고. 또 그걸 의심하는 심리전. 그런 게 재밌게 나온 것 같아요.

사진=배우 김은영 / 이현지 기자
사진=배우 김은영 / 이현지 기자

고전 명작을 대하는 배우들의 마음

서양의 고전이자 코미디. 아무리 명작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국내 관객들에게 그 '맛'을 제대로 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극복하는 건 물론 일차적으로 연출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배우들 각자의 개성을 섞는 것도 필수적인 작업이다. 

 :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웃고 안 웃고는 관객의 몫이지 배우가 웃으라고 강요하는 건 잘못된 연기 같아요. 웃겨야겠다 신경 쓰는 순간 관객들과 괴리감이 생기죠. 그런 부분이 어려워요.

 : 연극은 처음이라 부담이 많이 됐어요. 발성부터 달라요. 다행히 (김시번)연출님이 끌어올려 주셨죠.

따르뛰프와 달리 엘미르는 대본에 어떤 사람인지 설명이 없어서 애먹었어요. 위선을 벗기는 키를 가진 인물이라 중요한데, 이게 조금만 잘못되면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또 너무 가벼우면 상대가 믿고 넘어올 수 없죠. 그 선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